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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벌루션 No.0] 더 좀비스 0

 

캔맥주 하나 따놓고 앉아서 영화 감상하듯, 재밌게 읽은 책이다.
상당히 음울하고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경쾌한 문장으로 날렵하게 풀어냈다.
분량도 짧아서 앉은자리에서 한번에 다 읽어버렸다.

일단의 개성 강한 고등 학생 무리가 부패한 학교의 음모에 맞서 싸우는 모험극으로,
80년대 후반 즈음에 유행했던 청춘 영화의 시나리오 같은 내용이지만 

작가가 나름 감각적인 톤으로 맛갈나게 풀어냈다.
특히나 작품 초반에 무심한듯 툭 던지는 다음 문장은 정말 일품이다.

“생물의 진화는 언제나 위험과 함께한다.”

그냥 한 문장으로도 충분히 강렬하지만, 
마지막에 피날레를 장식하듯 터뜨려대는 다음의 문장들을 만날 즈음 

그 의미의 존재감을 다시 한번 마음 속에서 폭발시킨다.


...
이 세계는 우리를 다시금 위대한 탈주로 인도할 요소와 징조로 넘쳐 흐른다는 것을.
부족한 것은 그것을 찾아낼 수 있는 눈과 들을 수 있는 귀와 감지할 수 있는 감각뿐이다.

그러니까

눈을 부릅떠라.
귀를 기울여라.
...
리셋 버튼을 계속 눌러라.
몇 번이든 제로로 돌아가라.
지금, 방아쇠가 당겨진다.
...
"너희들, 세상을 바꿔 보고 싶지 않나?"

그야말로 가슴을 쾅! 쾅! 두들겨댄다.

작품 중간 중간에도 작가는 ‘진화’와 그 경계를 넘는 ‘위험성’을 계속해서 상기시킨다.
그리고는 일본과 필리핀 혼열의 꽃미남 아기(사토 아기날드 켄)의 입을 통해 말한다.
"난 너희들에게 어떻게 경계를 넘는지, 그 방법을 배웠어. 

덕분에 나는 또 한걸음 완벽한 코스모폴리탄에 다가설 수 있었지."

‘레벌루션 NO. 0’ 
사전 정보 없이 그냥 제목이 특이해서 빌려 본 책이다.
다 읽고 나서 흥미가 생겨서 작가 '가네시로 가즈키'에 대해 찾아봤다.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꽤 있는 작가였었다.
특이한게 재일 교포다.
나오키 문학상이라고 하는 일본 대중소설계에서 권위있는 상도 받았다고 한다.

같은 주인공들로 ‘더 좀비스’ 시리즈가 있는 모양이다.
찾아서 읽어봐야겠다.